960번째 이야기
opiiom | 2015-05-16 | 조회 2983
오늘 교통사고 당한 길고양이를 보았습니다. 하반신이 완전히 망가진 채로 방치되어 아파트 단지 후미진 곳에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죽어가는 생명... 저라도 도와주고자 하였지만 앞으로 그 생명을 책임질 수 없는 입장이어서 마음이 무거운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동물구조단체에 연락하여 일단 진통제를 맞게 해주려고 하지만, 아마도 그곳에서도 7일 뒤면 안락사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한 생명을 책임지기 버겁다는 이유로 죽을 것을 알면서도 내버리고 온 저는 휴머니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마지막 선은 어디인가? 오늘 나는 그 선을 넘어버린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고양이를 구조해주길 바랄 것입니다. 만만찮은 수술비와 앞으로 불구가 된 그 길고양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아무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기묘한 안심... 이런 이유들이 한 생명의 무게보다 무거웠던 것입니다.
겁쟁이인 저는 이렇게 사후장기기증이라도 신청하여 마음의 짐을 덜어보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죽은 후의 육신의 무게가 살릴 수 있는 생명의 무게보다 더 무겁지는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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