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사연 - 기증자(최동원 님)
관리자 | 2021-04-14 | 조회 2980
<2019년 뇌사 장기기증자 최동원 님의 어머니>
엄마 아들이어서 고맙다
귀여운 동이동동, 우리 동원아.
엄마가 요즘엔 동원이 생각이 더 자주 나는구나.
좀 전에도 핸드폰에서 우리 가족이 발리에 가서 찍었던 사진을 들여다봤어.
우리 동원이의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
마지막 천국 갈 때도 쓰고 간 네가 너무 좋아하던 토끼 모자 쓰고 귀 쫑긋하던 모습…
엄마랑 유수풀 떠다니며 행복해하고 웃던 모습… 사진을 보니 또 눈물이 펑펑 난다.
동원이가 가고 나서 몇 달이 지났어.
이제는 조금씩 형아랑 웃는 일도 생기고 새로운 일도 생기면서, 영원히 올 것 같지 않았던 행복한 마음도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단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네가 떠나기 전, 네가 우리 곁에 있을 그때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동원이가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너무나 즐겁게 해주었고, 떠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갔기에 엄마는 슬픈 마음을 어찌 됐든 꾹꾹 눌러 보려고 해.
그래도 가끔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 동원이가 거북이의 비행기 노래랑 둘리의 비눗방울 노래를 부르면서 피아노 치던 모습이 떠올라. 매일 듣던 거라 동영상 하나 남겨 놓지 않아서 너무나 아쉽다. 우리 아들, 하늘나라에서 제일 예쁘고 따뜻하고 포근한 곳에서 우리 가족이 잘 지내는 모습 보고 있지? 우리는 모두 널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단다.
우리 곁에 있을 때도 항상 사랑스러웠고, 떠나면서는 너무나 큰 사랑을 베풀고 간 자랑스러운 내 아들.
엄마 아들이어서 고맙다. 너무 보고 싶어.
2020년 2월 1일, 사랑하는 엄마가
동원아, 엄마야. 요즘 엄마는 힘들었던 일들도 조금씩 잘 풀려가고,
우리 동원이가 엄마를 응원해준 덕이라 생각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보내준 기증자 편지를 묶은 책을,
형아가 이제야 발견하고 방에 들어가서 혼자 엎드려 읽더라. 좀 있다 들어가
보니 책을 읽으며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더구나. 우리가 맨날 형아 울보라고 놀렸는데…
네가 떠나고 난 후 이젠 형아는 다른 일로는 잘 안우는데,
그래도 동원이한테 쓴 편지를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린단다.
엄마가 상담받으면서 도움 되는 말을 들었어.
‘울지 마, 참아… 다른 생각해 봐.’ 이런 말보다는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어.’라고 하는 게
더 좋대. 그래서 형아에게도 생각날 땐 실컷 울라고 했더니 요즘 봇물이 터졌나 봐.
그때마다 엄마도 같이 울기도 하고, 그냥 못 본 척하기도 해.
네가 있는 동안은 잘 몰랐겠지만 형아도 너를 정말 사랑했단다.
너 떠난 뒤로 형아는 좋아하던 장난감을 안 가지고 놀았어. 맨날 심심하
다 소리만 하다가 어제 처음으로 너랑 같이 가지고 놀던 총이랑 팽이
를 꺼내서 혼자 앉아 놀고 있는데, 엄마 눈엔 너랑 같이 앉아 놀던 모
습이 눈에 선해서 그냥 보고 있기도 힘들었구나.
아들, 항상 엄마를 사랑하고 지켜주겠다던 내 작은 강아지야. 형
아가 슬퍼하지 않게, 다치지 않게 잘 지켜주렴… 우리 동원이가 형아
마음 안다고 위로해 주렴. 아들, 좀 이따가 만나자. 너무 보고 싶다.
사랑해.
2020년 2월 3일, 너를 그리워하는 엄마가
오늘은 예쁜 내 아들 동원이가 태어난 날이구나. 꽃을 사 들고
동원이가 있는 상복공원에 갔는데 역시 코로나 때문에 폐쇄되어 있
어서 아들을 가까이서 못 보고 멀리서만 보았단다. 밖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안쪽에 불이 꺼져 있어 잘 보이지가 않으
니 맘이 좋지 않더라고. 오늘은 좋은 날이니 웃으면서 축하해주고 와
야겠다는 다짐은 모두 잊어버리고 결국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네….
매년 8월 24일에는 케이크 고르고, 선물 포장하고, 편지 쓰느라 바
빴었는데… 앞으로 이날은 계속 네가 보고 싶은 날이 되겠지. 형아도
잊었으려나 싶었는데 어제 엄마가 물어보니까 동원이 생일을 생각했
다고 하더라.
예쁜 우리 아가, 태어나서 엄마를 항상 웃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줘
서 정말 고마웠어. 작년에 발리에 여행 가면서 다음 동원이 생일엔 더
재밌는 곳 가고 맛있는 거 먹자고 꼭꼭 약속했는데… 그 약속 지키지
못한 게 평생 엄마 마음에 아프게 남을 것 같아.
아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진심으로 사랑하고, 엄마 아들로 태
어나 줘서 고맙다. 얼른 상복공원 문 열어서 가까이서 동원이한테 인
사하러 가고 싶구나.
엄마는 이제 예전만큼 많이 울지 않아. 좋은 생각 많이 하려고 노력
하고 잘 지내고 있어. 형아도 잘 키우고, 엄마가 여기서 해야 할 일들
을 모두 다 마치고 나면 우리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사랑하는 내
아들 동원이… 그곳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길 바랄게.
2020년 8월 24일, 생일을 축하하며 엄마가
※ 출처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례집<초록빛 정원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