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 1898 지하광장에 마련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나눔자리` |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이창하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센터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고 정진석 추기경 안구기증 후 장기기증 신청자 늘어
장기기증 신청 국민의 3%에 불과
막연한 두려움과 시신 훼손 부담 때문에 장기기증 망설여
장기이식 대기자에게는 장기기증이 유일한 백신
기증과 이식 통해 새 삶 찾는 모습 보며 ‘현대판 기적’ 체험
명동 1898 지하광장 나눔자리에서 생명 나눔 사연 전시회와 기도 프로그램 열려
[인터뷰 전문]
고 정진석 추기경이 안구를 기증하고 떠나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습니다. 재단법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유일한 생명백신, 장기기증’ 캠페인으로 정 추기경이 실천한 생명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센터 이창하 팀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창하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고 정진석 추기경님의 안구기증 이후에 장기기증 문의와 참여가 늘고 있다면서요? 어느 정도입니까?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는 명동성당 1898 지하광장에서 ‘나눔자리’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장기기증 상담과 신청을 상설로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문자라든가 상담전화가 당연히 늘었고요. 온라인 기증 희망 신청자 분들도 늘어서 두세 배 정도 증가한 것 같습니다.
▷작년 이 시기보다 두세 배 이상 늘었다는 말씀이시네요.
▶맞습니다. 사실은 이게 교회 기관뿐만 아니라 다른 모집홍보 기관에서도 장기기증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90대이신 고령의 추기경님께서 이식용이 아닌 안질환 연구를 위해서 기증을 하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나이가 많거나 질환을 앓고 있으면 생명 나눔을 못한다고 생각하셨던 중장년 이상의 분들한테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추기경님 선종으로 다시 한 번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간 장기기증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참여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희망 신청자가 대략 190만 명입니다. 전체 국민의 약 3% 불과한데요. 제가 질문을 한 번 드려볼게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인식이 바뀌려면 10명 중에서 몇 명 정도가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할까요.
▷적어도 절반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3명 정도는 너무 저조한 것 같고요.
▶정말 과반수 이상은 되어야 할 텐데 장기기증 신청자는 10명 중 채 1명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물론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장기기증은 선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생각을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과 직접 표현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분이 기증 희망 서약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전체 인구도 그렇고, 가톨릭 신자들도 생각보다 참여율이 저조한 것 같은데요. 왜 이렇게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다고 보세요?
▶정부에서는 격년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하고 있어요. 조사 때마다 기증 희망을 망설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막연한 두려움’과 ‘시신 훼손에 대한 부담감’이 매번 꼽히더라고요. 장기기증이 우리 주변에서 흔한 일도 아니고, 또 장기기증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보니까 생명 나눔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뉴스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장기기증을 긍정적으로 다루었는지 부정적으로 다루었는지에 따라서 인식이 쉽게 흔들리는 거를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또 사실 장기기증 관련 제도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도 기증희망 등록률을 증가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의 노력도 많이 절실한 상황이지 않나 싶습니다.
▷‘유일한 생명백신, 장기기증’이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계시잖아요. 이 캠페인 활동,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우리가 지금 가장 관심이 있는 게 코로나 상황과 또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백신의 보급이잖아요. 그리고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분들한테는 가장 절실하고, 정말 유일하게 생명을 이어줄 수 있는 백신이 바로 장기기증입니다. 그래서 올해 캠페인 주제를 ‘유일한 생명백신, 장기기증’으로 주제를 정해서 지금 홍보활동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특별히 서울교구에서는 추기경님의 생명존중과 나눔의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서 각 본당에서 추기경님 선종추모 장기기증 캠페인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고, 또 시행을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 교구와 각 본당에서도 자체적으로 장기기증 희망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 건가요?
▶저희가 신청서를 각 본당에 보내드립니다. 본당에서 캠페인을 시행하고 그 신청서를 취합해서 보내주시면 저희가 등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그동안 장기기증을 신청하시는 분들부터 사후 실제 기증을 하신 분, 기증으로 새 생명을 얻으시는 분들까지 많이 봐오셨을 텐데요, 생명의 나눔이 이뤄지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해보게 되세요?
▶제가 처음에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이식 대기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생명을 위협받던 분들이 이식을 받고 나면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활을 하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게 진짜 ‘현대판 기적’이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증자 유가족 분들, 그리고 이식 대기자 분들의 이식 후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유가족 분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사랑의 마음도 그렇고요. 그리고 또 기증을 했기 때문에 그 큰 슬픔을 견뎌내고 또 삶의 희망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정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또 제가 만난 이식 수혜자 분들은 자신의 건강 회복에 대한 만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받은 사랑을 나눔의 삶으로 이어가고 있으시더라고요. 중년의 나이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신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은 장기기증이라고 하면 슬픔, 고통 이런 것들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기쁨, 희망, 축복을 먼저 떠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말씀만 들어도 기쁨이 넘쳐나는 것 같아요.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요. 현재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죠. 아무래도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증자 예우가 정말로 중요하거든요. 우리나라는 기증자 예우 분위기가 아직 부족하다 보니까 막상 뇌사 추정자가 발생해도 가족들이 기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기증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한테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지원안은 현장의 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서 마련한 건데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렇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저희도 감시하면서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앞서 명동대성당 1898 지하 광장에 ‘나눔자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잖아요. 이 공간은 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습니까?
▶나눔자리는 제가 사람들한테 명동에서 제일 특별한 공간이라고 자랑을 하는 곳인데요. 왜냐하면 이곳에 바로 장기기증자 기억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억 공간에는 생전에 저희 본부를 통해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시고 실제로 기증을 실천하고 세상을 떠나신 307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정 추기경님께서 안구기증을 하심에 따라서 추기경님의 이름도 새롭게 새겨졌습니다.
그리고 또 이곳은 생명 나눔을 전시, 홍보하는 곳이기도 한데요. 마침 저희 나눔자리에서 6월 30일까지 생명 나눔의 사랑과 감사를 체험할 수 있는 생명 나눔 사연전시회와 기도 프로그램 ‘누군가 너를 위해 기도하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기도 프로그램은 장기기증이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루어지고 또 그로 인해서 누군가의 생명과 희망이 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도가 필요한 분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기 위해서 사제 또는 수도자가 1:1로 함께 기도해 드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정말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함께 참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 장기기증에 대해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시거나 주저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어떤 오해들이 있습니까?
▶가장 많은 오해는 사망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장기기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우리 몸속에 있는 장기는 뇌사상태로 사망했을 때만 기증이 가능합니다.
뇌사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정진석 추기경님처럼 안구만 기증이 가능하고요. 그리고 또 뇌사는 식물상태의 인간하고 전혀 다르다는 점도 인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오해가 뇌사 장기기증자의 시신 처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약 3년 전에 한 언론에서 관련 문제를 자극적으로 보도한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에는 기증자 시신에 대한 예우가 미흡한 병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바로 모든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공통 매뉴얼이 만들어 졌고요. 현재 뇌사 기증 후에는 시신을 잘 수습해서 전문이송업체가 유가족이 원하는 장례식장으로 모셔다 드리고 있으니까 이 부분에 대한 염려는 내려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신앙인들부터 추기경님처럼 장기기증으로 생명 나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서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더 열심히 알려주셔야 할 텐데요, 앞으로 어떤 활동과 지원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올해는 특히 기증자 예우와 온라인 홍보 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증자 예우를 위한 행사가 1년에 한 번 있는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외에는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는데요. 지난 3월부터 장기기증자를 위한 생명 나눔 월례 미사가 새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매월 첫 번째 월요일 오전 11시에 있고요.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유가족만 현장에 참석 가능하시고 온라인 라이브로 다른 분들은 참여하시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는 생명 나눔에 관심 있는 분이라는 누구나 다 함께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 나눔에 충만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꼭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외에 온라인 홍보를 위해서 현재 온라인 장기기증 희망등록 이벤트를 벌이고 있고요. 그리고 하반기에는 유튜브를 통한 홍보영상도 제작 배포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센터 이창하 팀장과 장기기증으로 실천하는 생명 나눔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팀장님,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